당직선거를 시작하며

 

 

김상철1노동당 당원들께 전합니다.

지난 7월부터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온 김상철입니다. 8월 10일 전국당직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직선거에 돌입했습니다. 연초에 실시한 당직선거를 만 6개월만에 다시 실시하는 것인 만큼 우리 노동당 입장에서는 엄중하기 짝이 없는 일정입니다.

상반기는 당의 전망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화되었고 급기야 당대회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인한 집단 탈당까지 야기되었습니다. 진보정당으로서 자랑스러워 했던 집단적 결정과 이를 승복하는 당내 민주주의가 또 다시 형해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두고 일방의 행태를 비난하거나 혹은 책임을 돌리는 것은 당장의 문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데 장애물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당직선거를 시작하며 당원들께, ‘단절’을 제안합니다.

노동당은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과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가장 중요한 당의 발전전략으로 삼아왔습니다. 이런 정치노선은 당장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중심이 되어야 하는 무게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덧 하나의 정치노선이 당의 정치적 지향 자체가 되어버리는 모순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독자적 성장이나 정치세력화는 모두 하나의 정치적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진보정당의 분리정립은 우리가 꿈꾸고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이르고자 하는 행진의 형식이지 내용 그 자체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당직선거는 단순히 반복되어온 분열과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넘어서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적어도 2008년 이후 끊임없이 노동당을 힘겹게 했던 ‘가설정당’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야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도, 효과적인 정치연대나 연합도 모두 자체적인 정치전략의 변용이어야 자신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당직선거는 우리 모두 ‘어떤 노동당’인가에 대한 답을 통해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원 여러분.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들을 직시해주시기 바랍니다. 당내 어떤 경향성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두려움들을 극복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갈등은 공식적 갈등으로서 논의될 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혹여나 당이 더 시끄러워질 까봐, 혹은 더 분열될까봐 걱정하기 보다는 이번 당직선거 조차 과거의 관행과 편견, 그리고 음성적인 갈등 구조를 부추기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더 걱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노동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단절해야 하고 그 전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현재 노동당이 지켜야 되는 것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자들의 정치적 분리 정립’이라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의심해야 되는 시기라고 진단합니다. 과거의 어떤 성취도 과거의 것으로 남겨 참고할 뿐, 현재의 우리를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원 여러분, 이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었던 이정표에서 벗어나 우리의 길을 만듭시다.

이번 당직선거는 단순히 대표가 없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는 선거일 수는 없습니다. 당에 부족한 명망성을 위해 상징을 얻는 의식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번 당직선거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결의이면서, 과거에 걸었던 길들에 새로운 길을 그려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두려움 없이 제안하고, 토론합시다.

또 어떤 갈등도 현재의 노동당을 최선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집시다.

무엇보다 우리가 노동당으로서 함께 꾸는 꿈의 윤곽을 공유합시다.

당원 여러분, 이제 걸음을 시작합시다.

2015년 8월